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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학고

질주

한뼘자전소설 최종본

 학번 1413 이름 조용우

 

제목: 질주

 

“배고파. 밥 먹자”

 

조명과 바다 냄새가 옅게 나는 선선한 바람, 붉게 물든 하늘은 날 가만히 두지 못했다. 거리에서 마치 뭔가 구워지는 듯한 냄새와, 배고프다는 너는 뭔가 되게 노래 같다. 마치 이전까지의 세상을 버리고 떠난 것처럼, 엄청난 자유가 느껴진다. 저 식당의 가격이 얼마든, 너의 통금시간이 몇시든, 내 통장 잔고가 얼마 든 상관이 없을 거 같다.

 

배가 고프단 널 제치고, 오늘의 노을은 여운이 깊을 것 같다는 직감 하나만으로 널 끌고 간다. 또 한번의 가을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한 공기는, 내 가을과도 같은 기억들을 몽글몽글하게 되뇌어준다. 너에게도 이러한 기억이 있겠지, 내가 모르는. 절벽과 바다를 넘어, 붉게 타는 저 태양은 같이 노을을 보던 우리와 저 여행객들을 홀린 것 같다. 

 

노을이 지고, 도시의 야경을 즐길 예술가들만 꼭대기에 남은 채 우린 밥을 먹으러 내려온다. 그 예술가들은 어떠한 예술을 느끼고 있을지, 궁금했다.

 

아래 골목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예술가 아저씨는 행복해 보인다. 맛집을 많이 알 거 같은 외모라, 무엇을 먹을지 저 아저씨한테 물어봐야겠다. 

 

식당에서 사람들의 목소리와, 식기들이 가볍게 부딪히는 소리, 요리가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 아저씨의 노랫소리가 어우러져 아름답다. 사진 몇 장만으로는 담기 벅찼다. 보사노바가 이런 곳에서 처음 만들어졌을 것만 같았다. 

 

메뉴를 본 넌 너무 행복해보여서 웃긴다. 방금 까지만 해도 배고파서 병든 닭 같애 보였는데, 한 페이지를 3배쯤 넘는 디저트 메뉴를 보고 넌 신이 너무 났다. 내가 식당 주인이었으면 웃겨서 서비스로 디저트를 엄청 줬을 거다.

 

돈은 이럴 때 쓰라고 버는 거겠지. 과소비는 우릴 위한 단어는 아니야.

 

신난 너와 그걸 보고 신난 난 상 다리가 휘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많이 시킨다.

 

역시 로컬 예술가의 추천은 완벽했다. 

 

식당에서 추천받은 드라이브 코스가 있다.

주인분이 보여주신 사진이 너무 예뻐서, 바로 바이크를 세워둔 곳으로 간다.

시동을 걸고, 이 도시의 밤길을 달렸다.

마치 라라랜드의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시점이다.

수많은 불빛들과 도로, 움직이는 차들은 뭔가 복잡하면서도, 하나의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불빛 하나 하나에 추억을 담는다면, 그럴 만큼 추억이 많다면 세상을 떠나도 행복 할 것 같았다.

 

오늘은 너와의 추억을 저 빛에다 담았다.

 

널 집에다 데려다주는 길까지 완벽하다. 가벼운 가을 밤의 바람은 영화만 같았다. 

 

내 오랜 생각의 결과, 바이크는 자유다.

그걸 타면서 느끼는 바람, 속도, 열기와 배기음은 어디든 향해 갈 수 있는 듯한 자유였다.

세상이 아무리 쓰레기같아도, 거지 같은 사람이 우리의 뒤를 쫓아도, 이걸 탄 우리는 못 잡을 거야.

그러니, 도망가자. 저들의 눈과 입은 우리를 괴롭힐 뿐이니, 달리자. 저들이 알지도 못하는 곳으로, 둘이만 고요히 있을 수 있는 곳으로. 

멀어지자, 널 아프게 한 사람으로부터, 널 붙잡으려는 누군가로부터, 자유를 향해.

바다로 가자. 넓고 검은 바다를 보면서, 굉음을 내면서, 죽음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자.

 

내 도망에 너가 함께 한다면 좋을텐데.

 

널 집에 데려다 주다가 말고, 난 자유에 빠져버렸다.

이런 내 자유에 대해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면, 정말이지,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공감이 쉽지 않은 주제에 대해 공감을 바라는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조용히 바람을 즐겼다.

 

새소년의 자유가 듣고 싶어졌다. 

 

널 집에 데려다줬다. 넌 피곤해 보이면서도 즐거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들어갔다.

 

방금 전의 데이트는 좋았지만, 내 자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넌 다시 외로움을 준다.

외로움인지, 고민인지, 집착인지, 호감인지 모르겠어 난 스로틀을 끝까지 당겼다.

이어폰을 끼고, 볼륨을 최대로 키우고, 가장 적절한 노래를 틀었다.

경찰이 붙잡으려 해도 못 잡을 정도로 달리니, 머리가 좀 괜찮아졌다.

빨라질수록 정신이 맑아진다. 

 

사람은 원래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이해를 바라고, 그 이해를 오해하면서 사랑이라고 부르는 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곤 한다.

 

난 널 이해하지 못하겠지.

너도 날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을것 같아, 당분간은.

 

저들이 없는 잔잔한 바다에서, 노을이 질 때 옆에 있어줘.

 

아무 말 없이 같이 바라봐 줘.

 

그럼 사랑을 오해할 수 있을거같아.

 

이 말을 네게 전하고, 난 다시 바이크를 몰았다.

질주만큼은 믿어도 될 것 같았다.